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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
이수진·정신실 지음
우리학교 펴냄 / 13,000원
마음이 아팠다. ‘백세인생’ 시대에, 청소년 시기에 방학으로 1년을 사용하는 일을 두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수식을 붙여야 하는 대한민국 상황이라니.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룬 이 책은 한국엔 없는 ‘갭이어’ 제도를 자체적으로 도입한 ‘꽃다운친구들’(꽃친)의 출발 기록이다.
한국의 청소년은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오래 공부하면서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에 속하며,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여유시간도 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공부에만 시간을 쏟는 셈이다. 이렇게 통계로 지속적으로 폭로되는 교육 및 양육 환경에서, 애초 맘껏 사랑하지도 못할 아이를 사회 일원으로 기꺼이 출산하고 싶은 여성이 있을까 하는 질문까지 뒤따르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미 엄마인 두 여성이 함께 교육 이야기를 썼다. 꽃친으로 청소년 인권운동을 벌이는 이수진 대표와, 꽃친 1기 참여 가족인 정신실 씨는 ‘공부 노동자’인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짧은 쉼을 만들어주는 ‘꽃친 활동’을 청소년 인권운동의 하나로 삼았다. 이들의 운동 과정이 담긴 이 책은 평범한 엄마인 여성이 또 한 번 활동가로 탄생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소 사사로운 면이 적지 않지만, 변화는 언제나 사사로움에서 출발하곤 한다.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한다 해도 처음부터 대단한 모험심과 의지로 무장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아침마다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꽃친 선생님들이 왠지 믿음직해 보여서 또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는 기대를 걸고 그저 조심스럽게 멈춤을 결정한 것뿐입니다. … 갑자기 늘어난 자기만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꽃친 후배들의 고민에 대해 1기 꽃치너가 확신을 가지고 말했습니다. ‛1년 방학을 보내겠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계획이야. 한국의 학생들은 아무도 세우지 않는 계획을 너희는 계획하고 실현하고 있는 거야.’(24-26쪽)
아직 인생 초반에 1년의 시간을 ‘잘못’ 쓰지 않을까(잘못 쓰면 뭐 어때서!) 걱정부터 하는 한국의 아이들, 〈SKY캐슬〉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교육 시장, 구조적 문제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며 아이들을 몰아치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을 추동하는 한국 사회의 ‛풍요’란 것은 참으로 역설이다. 그런 역설적인 현실에서 이 사사로운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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