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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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친 칼럼

[꽃친칼럼] 학교의 어원이 여가라고요?

happyyeji 2020. 12. 29. 11:10

여러분의 기억 속에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누군가는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 누군가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기억, 누군가는 억지로 다녀야만 했던 기억 등 다양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를 '쉬는 곳'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학교는 조금 다른 곳이었나 봅니다. 학교(School)의 고대 그리스어 어원인 skhole는 여가(leisure), 쉼(rest), 편안함(ease) 심지어 게으름(idleness)의 뜻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학교에 가서 여가를 갖는다? 편안히 쉰다? 게으름을 부린다?

 

현대의 학교를 상상했을 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로부터 놓여난 시간에 유유자적 고요한 학교의 뜰을 거닐며 사색에도 잠기고, 당장 먹고사는 것과는 상관없는 주제들에 관해 토론하고 때로는 생각에 몰두하다 나른하게 잠이 들기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그들이 왜 학교를 여가, 쉼과 연결지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즉, 학교 '일로부터 놓여난 시간에 누릴 수 있는 어떤 것'이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고대 그리스라고 해도 학교가 단순히 일하지 않음과 동의어는 아니었을 거예요. 일하지 않는 시간이 학교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관조]의 태도가 필요했습니다. 조금 어려운 단어지요? 관조는 '오랫동안 어떤 대상을 사려 깊게 바라보는 행위' 혹은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 바쁜 일상 속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의 학교에서의 핵심적 역할이었던 것이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관조를 통해 세상의 진실을 깨닫는 학습 과정은 서구 중세시대에도 전통으로 이어져 [인텔렉투스]라고 불리었습니다. 비교, 분석, 유추 등의 적극적인 사고를 통해 지식을 얻는 방식인 '라티오' 만큼이나 지식습득의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졌지요. 

 

지금 우리의 학교는 어떤가요? '라티오'는 너무 많지만 '인텔렉투스'는 거의 없지 않나요? 더 많이 알기 위해 지식을 꾸역꾸역 채워 넣는 일은 과도하게 중요시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마련하고 그 시간에 나 자신과 내 주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불현듯 찾아오는 깨달음을 맞이하는 일은 누구도 중요하다고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마치 일부 수도승들에게나 있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죠. 

 

하지만 그것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학교의 핵심 기능이었다는 것,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에 여가, 쉼을 뜻하는 Skhol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꽃다운친구들이 제안하는 쉼의 시간은 '인텔렉투스'를 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꽃친은 인텔렉투스를 위한 학교 아닌 학교가 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빈 시간]을 확보하고, 많은 일에 대해 [사려 깊게] 관찰하고, 쉬이 흘려보냈던 것들을 [돌아보는] 태도를 생활화합니다. 그렇게 해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느냐고요? 물론입니다. 꽃치너들이 건져내는 작지만 소중하고 확실한 깨달음들은 미처 제 글솜씨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기록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겠죠? 꽂힌레터를 받아보시는 구독자분들께 하나씩 하나씩 전달해드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꽃친쌤 이예지 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에서 발간한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 1차보고서에서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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