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꽃다운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자세히보기

꽃친 칼럼

왜 중학생이 되면 행복도가 낮아질까?

꽃다운친구들 2016. 8. 13. 01:01


한낮 36도 폭염을 뚫고,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주최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 3차년도 연구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왜 중학생이 되면 행복도가 낮아질까?'라는 주제에 솔깃한 예지쌤이 정보를 알려주셔서 함께 갔어요. 두명의 꽃치너들도요. 이들은 생전 처음 프레스센터 구경을 한거라지요. (꽃치너들의 활동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1부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은 건강,인성,주거환경,교육,안전,물질적상황,아동의 관계,주관적 행복감 등 8개 영역으로 조사했고 연구결과, 대도시 지역 아동의 삶의 질이 중소도시, 농어촌에 비해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및 복지예산 비중과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 간에 높은 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합니다. 아동학대 사례판정 건수와 아동 삶의 질은 당연히 부적 상관관계가 있고요. 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주목할 점은 만족도 상위집단과 하위집단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사회 양극화가 아동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죠. 안타깝습니다.  

어렵고 지루한 연구발표내용에 꽃치너들이 귓속말로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하길래 눈을 찡긋하며 화답해주고 함께 하품하다가, 토론자로 나온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님이 "아동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주체성을 발휘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적성, 진로, 시간 사용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도해볼 수 있는 자유와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이 행복감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라고 언급하는 순간, 눈이 반짝 뜨였습니다. 밑줄 좌악~  '자기 시간' 없이 수동적으로 어른이 정해놓은 방식과 속도로 사는 아이들의 행복도는 낮을 수 밖에 없겠지요


2부 <중학생의 행복감>을 연구한 가천대 사회복지학 안재진교수님의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스스로가 말하는 행복을 연구한 것인데, 이들은 1.학업에 대한 부담 증가 2. 여가시간의 절대부족  3. 가족과 보내는 시간 감소 및 관계의 질 하락 4. 친구관계  등이 행복을 저해한다고  말했답니다. 조금 디테일한 설명 중, 2번의 여가시간에 대한 아이들의 정의가 의미있었어요. 초등학생들은 '놀 때'가 행복한데, 중학생들은 '쉴 때, 잘 때 등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고 한답니다.  짠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몇년 사이에 아이들이 무언가에 지쳐간다는 말이 아닐까요. 

토론자로 나온 두 명의 중학생 이야기가 하도 생생하고도 의미 있어서 발표회 중의 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행복으로부터 멀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1. 어린이도 아닌데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굉장히 애매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고, 그래서 불안과 혼란스러움이 있다. 2. 중학생이 된 후 행복을 좌우하는 원인은 단연 학업 부담이다.  3. 중학생부터는 생기부(생활기록부)인생이라서 절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부족하다.  4. 친구문제도 학업스트레스만큼 심각한 요인이다. 5. 미래의 행복과 불행이 현재의 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두렵다.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 이유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이 이유들을 듣고서 '아, 너희가 그렇구나'하며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했습니다.  또 다른 중학생도 '중학생이 되고 보니 어른 대열에 낀 모양으로 인생을 걱정하고 장래를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앳되고 귀여워보이는 아이가 인생 걱정 운운해서 좌중을 웃게 했지요. 그 역시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고민이랍니다. 

1부 연구에서는 아동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 노력, 사회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 특단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2부 연구자는 학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진로를 보장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아동의 여가 및 자유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양적 증가와 가족관계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한두가지 해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고 사회전반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네네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2시간여 아동의 행복을 주제로 열띤 발표와 토론을 통해 기껏 누구나 예상가능한 이런 결론을 내리다니 참 무력해지고, 공허하다는 느낌지울 수가 없었어요. 자유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전체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당장 할 일은 정말 없을까요? 바로 그때! 토론자였던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님께서 중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사회전반적 변화 운운하며 비켜간다면 아이들을 현재의 불행 속에서 그대로 살라고 내버려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돌직구를 날려주셔서 속이 뻥~ 뚫렸습니다. 밑도 끝도 없어 보이지만 손 놓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요. 틀린 것은 바로 잡고,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은 최선을 다해 제거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겠지요. 이같은 운동에 너도나도 손끝이라도 담가야 우리 아이들이 제 숨 쉬며 사는 세상이 가까와지지 않을까요. 

안상진 선생님은 토론에서 '이번 연구에서 학업과 시간사용 영역이 중학생의 행복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언급한 영역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시간사용과 관련된 부정적 변화로 학업으로 인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시간사용의 부정적 변화인 '해야할 일이 생기고' '통제되고' '강요되는' 대다수의 경우가 공부와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즉, 학업에 대한 부담이 중학생의 행복도를 가장 많이 낮춘 요인이라고 정리해도 과언이 아니다'로 시작해서  '중학생 학업부담 원인으로  1. 고교입학전형의 문제(수직적 다양성으로 고교가 서열화됨. 영재학교, 특목교,자율형 고등학교 등 소위 '좋은'학교 학생 수가 전체의 4.9%로 서울 상위 11개 대학-전체의 5.5%-을 채울 정도로 많은 상황에서 중학생들은 고입전형에 실패하면 이미 대학입시에서도 실패하는 것이라는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일반고에 갈  중학생들도 열패감을 느낀다.)  2. 석차백분율(서열화된 중학교 성적 산출방식은 학업부담을 가중시키며 옆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심어준다.)'을 제시했습니다. 이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중학생의 행복 증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는 단체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또 한 분의 토론자께서도 어른들의 주5일 근무제, 하루 8시간 근무 법적 보장 처럼  학생들의 '하루 학습량 제한법' '주말 휴식권 보장법'이 보장되어야한다고 주장하셨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여러단체가 현재 힘을 기울이고 있는 '학원휴일휴무제' 제정운동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얼마전에 접했던 한 조사결과가 기억납니다. 요즘 기성세대에게 '놀이'는 '즐거움'을 연상하게 하지만, 아이들에게 놀이란 주로 '자유'를 의미한다고 해요. 노는 시간은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라고 여기나봅니다. 아마도 그때가 유일한 자유시간이겠고요. "생기부 인생을 사는 우리들은 절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부족합니다. 항상 무엇인가 해야할 일이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일 덜 급하고 점수화 되지 않을 일들이 가장 먼저 저희들의 인생에서 지워집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워진 일들 속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중학생이 토론 중 담담하게 들려준 이 말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와 깊이 꽂혔습니다. <꽃다운친구들>을 가장 짧게 설명하면 아이들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운동입니다. 일단 시간을 돌려주면 아이들이 움직입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발동이 걸리는 시간은 각각 다르지만요. 덜 급하고 점수화 되지 않을 일들, 그래서 손쉽게 지워졌던 그 시간들을 다시 불러내어 채워가다보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세워갈지 그림이 그려질것입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그럼 행복하냐구요? 음...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유시간없이 쫓기며 사는 경우보다는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얘들아, 근데 점수로 쳐주지도 않는 이런 곳에 와서 너희는 지금 뭐 하는 거니?" ^.^ 

뭔지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와 지겹기도 하고 조금 재미도 있던 발표회를 끝까지 견딘 두명의 이쁜 꽃치너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방학도 없이 생기부를 걱정하면서 원하지도 않는 특별활동을 하고 있거나, 선행학습이니 복습학원이니 쫓아다니고 있을 또래 친구들의 삶과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이죠.  자발적 방학을 선택함으로써 사회를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이 적은 무리가 사회전반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는데... 보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