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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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친 칼럼

[특별기획 칼럼#4] 여러분은 꿈꾸는 세상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요?

happyyeji 2021. 2. 8. 07:16

[꽃친동네 캠페인 특별기획 칼럼 #4]

❝여러분은 꿈꾸는 세상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요?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지금 현재의 행복을 한없이 유예당하며 입시공부에만 시달려 몸과 마음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과, 상식을 뒤집는 국내외의 청소년 갭이어 사례, 마지막으로 지난 5년 간 꽃다운친구들을 통해 갭이어를 보낸 청소년들의 경험을 여러분께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이 마지막 칼럼에서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꽃친의 질문 변천사

처음 꽃다운친구들을 시작했을 때 저희가 마주했던 질문은 ‘과연 공부만이 유일한 주제인 청소년기에 쉼과 딴짓의 가치를 선택할 청소년 가족이 있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저희가 발견한 대답은 ‘있다’입니다. 물론 아직은 아주 극소수입니다만 매년 10 가족 내외는 어김없이 꽃친에 동참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의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며 청소년기의 소중한 1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낼 수 있고, 그것이 참 좋다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5년 정도 프로그램의 기초를 다지고 나니 그 다음 드는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과연 꽃다운친구들의 갭이어 프로그램은 소수만을 위한 또 다른 사교육일까,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복지일까, 아니면 시민들의 주도로 청소년들의 삶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시민운동일까.’ 저희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되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문은 ‘과연 정말 그런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질문의 답에 따라 꽃친의 정체성, 앞으로의 방향, 그리고 재원 마련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꽃친의 정체를 밝혀라

사교육이라면 갭이어의 목적은 그 한 아이가 잘 되도록 소위 말해 또 다른 엘리트 교육을 하는 것일테고 그렇다면 학업은 쉬더라도 이 시간을 이용해서 국제적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는다든지, 인맥을 넓힌다든지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재원은 당연히 그 부모로부터 월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아 마련해야겠지요. 

어떤 이들은 꽃친이 청소년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종종 '1년을 쉰다고? 와 좋겠다. 근데 우리 아이는 학교를 쉴 필요가 없어. 멀쩡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러니까 꽃친은 뭔가 학교 적응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다른 선택이 없어서 가는 곳으로 이해한다는 말이겠죠. 청소년 갭이어라는 개념이 생소하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의 갭이어, 성인의 하프타임 또는 의사나 교수들의 안식년이 직장 부적응으로 인한 것이 아니듯, 청소년들의 갭이어 역시 자연스러운 선택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소중한 선택입니다. 꽃친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교라는 시스템에 들어가 자기를 내어놓고 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야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남다른 용기를 가진 이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입시위주의 기형적인 교육풍토를 가졌기에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취약계층이라기 보다는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지워져버린 자기다움과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와줘야할 꿈나무들입니다. 심지어 소위 부적응 문제로 꽃친을 찾아온 친구들도 갭이어를 통해 멀쩡한 청소년임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정작 부적응이라는 단어의 주어는 청소년들이 아니고 그들을 감당해주지 못하는 학교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시민운동’으로서의 꽃친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민운동과는 조금 달라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시민운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것, 환경을 지키는 것, 약자들이 쉽게 침해당하는 권리에 대해 알리고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것 등이 떠오릅니다.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만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힘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은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모아 세상에 알리고,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하며, 그 대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촉구하거나 스스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민운동의 본질을 따져보니 꽃친은 두말할 것 없이 시민운동입니다. 

이렇게 죽도록 입시공부만 시키다가는 아이들이 정말 죽는다!라고 외칩니다. 아이들의 고통을 덜고 속도에 중독된 우리 모두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쉼’의 가치를 되살리자고 제안합니다. 이 가치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레 살아 숨쉬게 하는 다양한 실천에 시민들을 초청합니다. 

 

 

후원자들에게 배운 것

꽃친은 지난 여름부터 조금씩 개인 후원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원 요청은 단순히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평화로 초대하는 일이라고 배우긴 했지만 실전은 언제나 조금은 긴장되는 일입니다. 거절하면 어떡하지,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지난여름 후원을 요청드린 10여분이 모두 흔쾌히 후원 약정을 해주셨습니다. 10명이라는 숫자보다 더 소중했던 것은 ‘이런 일에 후원으로 동참할 수 있게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모금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제 후원자로부터 듣게 되니 그제야 정말 살아있는 배움이 되었습니다. 또 한 분은 후원 동기란에 ‘더 많은 아이들이 인성적, 감정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길 바란다’는 명확한 후원 동기를 적어주셨습니다. 후원을 요청하는 일은 꽃친과 같은 꿈을 꾸는 수많은 분들과 연결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 환경, 동물, 난민, 노동 등등. 하지만 모두가 다 전업으로 이런 운동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혹은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단체에 후원자가 되는 것입니다. 후원은 그 일이 잘 되도록 내가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지만 그 일에 대한 나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증명서이기도 하고 그 일이 가져오는 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참가신청이기도 합니다. 

 

 

 

미래로 초대합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어떻게 그 세상에 다가가고 계신가요? 혹시 내 아이가, 내 조카가, 우리 동네의 어떤 아이가, 혹은 과거의 내 자신이 청소년기를 설렘과 호기심으로 색칠해가기 보다는 왜 하는지도 모르는 공부만 꾸역꾸역 하며 잘하면 잘하는 대로 불안하고 못 하면 못하는 대로 자존감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풍경이 앞으로는 부디 달라지길 소망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꽃다운친구들’의 발걸음에 동참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이미 60여 분의 멋진 시민들이 5년 동안 차근차근 동행자가 되었고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또 50분의 새로운 동행자가 생겼습니다. 견고한 ‘성공제일주의’ 바깥의 길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행복 사회로 유명한 덴마크도 200년 동안 천천히 일구어 온 사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길입니다. 함께 가야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그 아름답고 감동적인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후원 캠페인은 1월 13일부터 설 명절 직전인 2월 10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참여와 소문내기 부탁드립니다! 

 

 



[이제까지 캠페인 특별기획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래에서 지난 칼럼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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