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꽃다운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자세히보기

꽃친 생활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꽃친 5기의 첫 여행! to 양양

happyyeji 2020. 8. 20. 16:52

꽃친의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 꽃치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 여행입니다. 

 

엄마 아빠가 다 계획하고 나는 따라만 가는 여행도 아닌, 학교에서 단체로 내가 관심 없는 곳까지 다 가야 하는 여행도 아닌,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찐 여행! 그게 바로 꽃치너들이 좋아하는 꽃친 여행의 핵심이죠🌟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임을 갖는 것 자체도 어려웠으니 여행은 두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오티 캠프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 여행이 무산되었지요. 결국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우리끼리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선정한 여행지가 바로 양양!

 

양양은 속초와 인접한 작은 바닷가 도시입니다. 하조대, 낙산사 등이 유명하고 최근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다른 유명 도시에 비해서는 사람이 아주 적은 편입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조금 더 작은 수산항 입구의 우리만의 시크릿 게스트하우스 '누룽지게스트하우스'를 통째로 빌려서 묵기로 했어요. 

 


여행은 역시 준비과정부터가 시작이죠? 양양에서 가볼 만한 곳들, 비가 올 때 갈 수 있는 예쁜 카페 등등 폭풍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식사 메뉴와 숙소에서 놀 계획도 짜고, 여행 중 맡아줄 역할 분배까지 하고 나면 준비 완료! (뒷정리 담당의 역할명은 '아, 맞다 우산' 이었습니다.) 안녕~ 우리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자~! 

 


출발 당일 아무도 늦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답니다. 답답해도 마스크를 꼭 쓰고 버스에 앉아 3시간. 그렇게 양양에 도착하니 해가 반짝 하는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점심은 양양 시장에서 유명한 송이버섯 옹심이! (하지만 청소년들이 그리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던 것으로... 하하..) 다소 지친 몸이 되어 누룽지게스트하우스의 '밥 삼촌'을 만났고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런 게 이게 웬일! 숙소가 너무 예쁜 거예요~!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누룽지게스트하우스에는 여러 배낭여행자들이 다녀간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이런데 와본 청소년이 또 있을까?! 왠지 꽃치너들도 배낭여행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배낭여행자 Swag🤘🏻

 

삼촌이 썰어주는 수박을 먹고 청소년의 자연습성대로 방구석에 누우려는 꽃치너들을 겨우 일으켜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꽃치너들은 너무 착해서 말도 잘 듣는다.. ㅠ ㅠ)

 

그런데 이게 또 웬일! 하조대 바다는 더 예쁜 거예요~!! 와, 이걸 보려고 우리가 양양에 왔구나. 아마 말은 안 해도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 이후로 눈에 띄게 활력이 생긴 꽃치너들. 얼굴이 밝아지고, 노래도 부르고,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바위틈의 게도 열심히 구경합니다. 그래, 꽃친 여행은 바로 이 맛이지. 정말이지 가슴이 탁 트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친구야~ 억수 기분 좋지 않나~

 

바다에 뿅간 자들의 뒷모습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첫날밤은 '뿌리와 열매'라는 꽃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먼저 종이에 '나'를 상징하는 나무를 그립니다. 뿌리의 위치에는 내가 지금의 모습이 되도록 영향을 준 사건이나 환경을 적습니다. 그리고 열매의 위치에는 그런 사건이나 환경을 통해 생겨난 나의 특징을 적는 것이죠. 그리고 돌아가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뿌리와 열매를 설명해줍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나를 좀 더 보여주고 싶은 열린 마음을 갖고, 서로가 그 마음에 귀 기울여 준다면 뿌리와 열매는 성공입니다. 꽃친 5기의 첫 여행 첫날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나도 모르게 한층 더 깊은 우정이 쌓여갑니다.

 

들리시죠? 우정이 깊어가는 소리



Day2.

바다냐 계곡이냐. 

들어갈 것이냐, 구경만 할 것이냐. 

넣을 것이냐, 내버려 둘 것이냐. 

 

결론은?!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처음 시작은 쌤들이었지만 어느새 자기들끼리 한 명 두 명씩 입수를 하며 친구들을 꼬드겼습니다. 

 

"포기하면 편해져~!! 여기 들어와~! 진짜 너무 자유로워~~!!"

 

예쁜 옷 입고, 머리 세팅 완벽하게 하고, 화장하고 셀카 찍으면서 노는 것도 좋지만,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에 집중하면서 노는 게 진짜 노는 거잖아요? 꽃치너들, 정말 이 날 실컷 놀았습니다. 

 

"쌤! 다음엔 진짜 안 들어간다고 튕기지 않고 열심히 놀게요! 우리 바다 가요 바다~!!"

 


놀고 나서 떡실신해버린 노쇠하신 쌤들이 푹 쉬는 동안, 꽃치너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메뉴는 회덮밥과 쏘야 볶음! 회 써는 건 삼촌이 도와주시고 나머지는 재료 준비부터 요리, 세팅, 설거지까지 꽃치너들이 직접 했습니다. 후훗 꽃친 5기도 벌써 많이 발전했군요. 듬직한 청소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레크팀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과 엑스맨 삼촌과 함께한 마피아를 하다 보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어요. 

 

"우리 별 보러 가자!" 

 

도시에선 높은 건물들, 환한 불빛들 때문에 별을 보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여기는 양양! 다 같이 별을 보러 동네 항구로 나갔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가려지는 구석으로 간 순간! 별들이 빛을 드러냈습니다. 

 

"저기 W 모양이 카시오페아고, 저기 국자 모양이 북두칠성이니까, 저게 북극성이다!"

"저 태어나서 눈으로 직접 별 본 거 처음이에요. 눈물 날 것 같아요."

 

우리 이 마음, 이 감동, 오래도록 잊지 말자. 

별 대신, 별 보러 나간 발 인증

 


아휴, 2박 3일은 정말 짧습니다. 벌써 집에 가는 날이라니요.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할 건 다 하고 간다. 눈 비비며 잠옷 바람으로 부엌에 나와 빵 굽고 수프 끓이고 미숫가루 타고.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가 신바람 나는 겁니다. 

 

"벌써 집에 가요? 말도 안 돼~ 일주일 있다 가요~ 아니 딱 하루만 연장해요~" 

 

흑, 나도 그러고 싶다 정말. 그만큼 우리 여행이 너무 행복했다는 말이겠죠? 

각자 자기 노트에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적고 난 뒤 열 글자 소감 나누기를 했습니다. 

 

"새롭고 또 새로운 경험"

"실컷 까불고 행복했다요"

"물놀이 진짜 재밌었어요"

"오고 싶어 다시 오고 싶어"

"쌤들 진짜 고생하셨어요"

"물에 들어가 줘서 고마워"

"누룽지 여행 귀여운 우리"

"좁아진 우리의 간격 이제"

"다음에도 꼭 가자 얘들아"

"여기로 꼭 다시 와요 함께"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이 열 글자 소감만 들어도 꽃친의 양양 여행이 어땠는지 찐하게 전달되지요? 

 


 

코로나로 서로의 간격이 멀어지고, 예전처럼 마음대로 어딘가를 갈 수 없는 시절입니다. 언제 안전하고 자유로워질지 모르지만,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자유, 즐거움, 휴식을 많은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