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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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치너 글

꽃친의 해외여행기 ; 김채윤 편

happyyeji 2017. 1. 23. 13:30

꽃다운친구들은 2016년 가을, 오랫동안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기도 하고, 곳곳에서 만나는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그 지역의 문화와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함께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사진도 찍으며 우정을 쌓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여행기는 모두 "쌤들이" 대표로 작성해서 소개했었는데요 이번 해외여행은 꽃치너들이 직접 쓴 8인 8색의 여행 후기를 통해 함께한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기억과 흔적을 남겼는지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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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

<아주 평범하지 않은 여행>

꽃친 여행을 다녀 온지 2주가 지났다. 벌써 한 달은 지난 거 같은데 아직 2주 밖에 안 된 것이 실감이 안 난다. 여행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일주일 사이에 베트남과 홍콩 두 곳을 다녀왔고 그 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아마 혼자도 아니고 가족들도 아닌 ‘친구들’이랑 함께 가서 더 즐거웠고 더 시끄러웠고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던 거 같다.    



<다낭 자유여행>

베트남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다낭 자유여행이다. 이때가  유일하게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여행을 온 만큼 친구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다보니 나는 혼자 만에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지난 7월 미국에서 하루에 한번씩 꼭 그날에 일기를 썼다. 그때 제일 많이 갔던 곳에 스타벅스였다. 그래서 카페에서 일기를 쓰는 것이 나의 여행방식 중 하나였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전에 갔었던 콩카페를 갔다. 혼자 택시를 탈 용기는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가볼 용기는 부족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자유여행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베트남에 와서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렇게 베트남 여행을 혼자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겠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었기에 남은 여행을 더 준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호이안>

베트남에서 특별했던 하루가 있다. 바로 호이안에 간 날이다. 사실 베트남에 있을 때 내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호이안에 갔을 때 만큼은 아픈 걸 잊어버리고 놀았던 거 같다. 호이안은 내가 상상한 베트남의 모습 그대로였다. 관광지이다 보니 외국인들도 많았다. 내가 호이안에서 다낭숙소로 가는 길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랑 이런 문구를 올렸다. ‘낮엔 제일 시끄럽던 곳이 밤엔 제일 예쁜 곳이 되었다’ 이 말이 호이안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것 같다. 낮에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와 북적되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곳이었지만 밤이 되고 등불이 환하게 켜지니까 정말 예뻐서 모든 사람들이 한눈 팔렸다. 호이안에서 잊지 못 할 추억(?)이 하나 있다. 호이안에 옷을 맞춰주는 곳이 있다. 내가 항상 사고 싶었던 점프수트을 맞췄다. 그런데 내가 옷에 정신이 팔려서 가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0을 하나 잘못 본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없었다. 이미 취소해버리기엔 늦은 상황이였기에 어쩔 수 없이 한슬이랑 영지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다. 그 때 정말 멘붕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이러려고 지금까지 돈을 아꼈나 자괴감까지 들었다.(진심)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완성된 옷을 보니까 싹 없어졌다. 정말 나는 옷에 너무 취약하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남은 여행은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돈을 좀 잘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호이안에서 하루는 휘리릭 지나간 거 같은데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호이안에 더 머물고 싶다’ 하는 마음도 있었다.    


<홍콩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에 갔다 와서 내 플레이리스트가 디즈니음악으로 꽉 찼다. 아직도 음악을 들으면 디즈니랜드에서 느꼈던 감동이 똑같이 밀려온다. 나는 디즈니 덕후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영화를 많이 봤다. 그래서 그런지 디즈니랜드에 감동 받았던 것과 더불어 어렸을 때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 처음 디즈니랜드 입구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노래가 너무 익숙한 음악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정신을 못 차린 거 같다. 스타워즈, 토이스토리, 디즈니 공주들까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어린이들 체험 프로그램 중에 스타워즈에 다스베이더 그리고 카일로 렌이랑 광선검으로 싸움을 하는 것이 있었다. 디즈니랜드에 정신이 팔린 나는 그게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그 정도로 디즈니에 빠져버렸다. 디즈니랜드에 갔다 온 뒤로 나는 디즈니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디즈니노래를 듣고 영화도 다시 보고 있다. 디즈니 음악을 만들겠다는 꿈도 생겼다. 정말 말그대로 디즈니 덕후가 된 거 같다.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

지난 7월에 엄마와 함께 미국여행을 갔다 온 뒤로 엄마와 관계가 달라졌다. 다른 게 아니라 여행을 함께해서 그런지 더 친밀해지고 더 깊어졌다. 그래서 여행을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도 정말 중요해 졌다. 꽃친도 마찬가지다. 꽃친여행을 한번 하고 나면 한 단계 더 관계가 깊어진다. 특히 이번에는 일주일동안 같이 붙어서 생활하다보니 친구들은 물론이고 쌤들이랑도 더 친밀해진 거 같다. 저녁마다 하는 모임시간도 특별했다. 한웅피디님이 만드신 게임도 하고 병구쌤의 강의(?)도 듣고 마지막 날에는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꽃친 한명 한명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빅토리아 피크>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에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빅토리아 피크까지 올라가려면 트램을 타고가야 했는데 사람이 많고 줄도 길어서 몸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즐거웠다. 항상 기다리는 시간에는 딱밤맞기나 제로, ABC 게임을 했다. 그러다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힘들지 않았다. 나는 어딜 가서 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렇게 남는 시간에 장난치고 까부는 시간도 재밌었다. 물론 이런 즐거운 시간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우린 개의치 않았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때 친구들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벌써 여행도 끝나가고 이제 한국으로 가면 꽃친도 얼마 안 남았네’ 이 이야기에 갑자기 아쉬움이 확 밀려왔다. 그래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많이 담고 싶었다. 한국 가서 사진으로 추억 할 수 있게. 이번여행에 대해 막 생각하고 있는데 피디님이 마지막 인터뷰를 제안하셨다. 일주일동안 매일 하던 인터뷰가 이제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까 ‘이제 진짜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실감했다.       



여행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갤러리를 뒤졌다.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사진을 보다가 호이안에서 찍었던 영상을 찾았다. 쌤들도 없고 피디님들도 없는 자유여행에 두 팀이 뭉쳐서 꽃친 8명이 처음으로 함께 다녔다. 별 내용은 없이 그냥 새로운 길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담겨있었다. 아마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영상을 찍은 거 같다.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웃음이 났다. 여행이 다 끝난 지금 그 영상을 보는데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꽃친 8명이 다함께 보낸 시간들을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내 마음속에 언제부턴가 꽃친 모두가 함께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내가 마음 속에 있던 그런 아쉬움들이 많이 없어졌다. 그냥 8명이 자연스럽게 다같이 웃고 떠들던 시간이 내가 가장 바라던 거였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항상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분명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든 점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마저도 추억이 된 거 같다. 여행기를 쓰다 보니 갑자기 여행병이 확 온다. 꽃친과 함께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 다녀와서 지현이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꽃친과 함께 또 해외여행 갈 거라고. 진짜 그러고 싶다. 진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