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꽃다운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자세히보기

꽃친 생활

함께 노래합시다, 싱어롱🎶

happyyeji 2021. 3. 31. 16:02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함께 노래하기'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만큼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을 거에요. 노래방 문화를 봐도 그렇고, 수 많은 노래하는 TV프로그램을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희한하게도 함께 노래하는 문화는 드뭅니다. 학교마다 합창단이 있기는 하지만 합창단은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선발되어서 하는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는 편에 머무르지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멜로디와 가사를 음미하며 나와 너의 소리가 한데 섞여 함께한다는 것(togetherness)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런 '노래하기'는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그런 일이 아주 보편적이라고 하네요. 제가 2018년에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방문했을 때 점심식사 후 매일 15분씩 함께 노래부르는 시간,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내내 함께 노래부르는 시간에 청소년들이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우렁차게 노래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하면서도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초상권 보호로 블러 처리했어요 ㅎ 차분해보이지만 행복하게 부르는 중 맞아요.

 

그리고 2019년 12월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선생님들과 함께 한 섬마을인생학교에서 덴마크 음악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저도 '함께 노래부르기'에 참여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노래부르기인가? 싶은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했는데 어느새 4부 화음까지 만들어서 즐기고 있지 뭡니까? 역시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꽃친에서도 2기 때부터 조금씩 함께 노래부르기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꽃친에서는 간단하게 싱어롱이라고 부릅니다.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합창 지도도 안 해본 제가(오즈)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싱어롱 진행을 맡게 되었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일단 저부터가 너무 어색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꽃치너들도 입을 열기가 어색하겠죠? ^^; 첫 시도가 크게 실패한 날 아는 음악치료사 선생님이 원래 함께 노래하기가 음악 치료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거라고 위로를 해주셨어요. 하지만 꽃친의 도전은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함께 노래하기의 즐거움을 꽃친에서도 꼭 함께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6기부터는 야심차게 키보드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오티 때부터 싱어롱을 했지요. 무리한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한 번에 한곡을 같이 불러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함께 불렀던 곡은 아이유의 '너의 의미', 오연준의 '쉼의 필요해', 옥상달빛의 '어른이 될 시간', 김동률의 '출발',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입니다. 

 

 

처음에는 악보를 복사해서 나누어주었는데 김동률의 '출발'부터는 피피티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가사를 띄웠어요.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물론 가사를 다 외워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신나게 부르는 게 제일 좋겠죠? 

 

6기 친구들은 잘 참여하고 있을까요? 마스크를 써서 입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먼저 선창을 하면 어디선가 조심스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잘 모르는 노래여서 그럴 수도 있고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재촉하지는 않습니다.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억지로 할 필요는 없잖아요? 다만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래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끼리 키보드나 기타를 치면서 놀고 밴드 활동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싱어롱 시간에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ㅎㅎ

 

아참! 그리고 한 가지 신나는 일이 있어요.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던이와 기타를 배우고 있는 계란이가 어제 처음으로 싱어롱 반주를 맡아주었답니다. 오즈의 간곡한 부탁에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지요? 집에서 한 시간이나 연습해 온 던이의 정성을 생각해서인지 친구들이 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는 박수세례! ㅎㅎ

 

 

 

앞으로 링링이를 위한 팝송도 같이 불러보고, 친구들이 추천하는 노래도 같이 불러보면 좋겠네요. 언젠가 이 어색함을 분위기가 녹아서 우리가 함께 부르는 목소리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오겠죠?